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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오거돈 사태, 과연 저쪽 편이 더한가
성범죄는 특정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인신문 이설아 논설위원] 오거돈 부산시장이 최근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사퇴했다. 이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잦게 나오는 소리 중 하나는 '저쪽 편이 더하다'는 것이다.

 

 과거 성범죄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들은 주로 보수진영에서 많이 나왔다. 오죽하면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이름을 풍자해 '성누리당'이라는 소리까지 나왔었는가. 그러나 미투로 사퇴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나 이번 오거돈 부산시장 사태까지 민주당 인사들의 문제가 밝혀지며 위와 같은 '저쪽 편이 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성범죄가 과연 특정 진영의 도덕성 문제로 발생하는 것일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오거돈 시장의 문제를 놓고 "최근에는 주로 민주당 인사들이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다. 안희정, 정봉주, 민병두, 오거돈 등등. 정말로 대한민국의 주류가 바뀐 모양"이라고 평했다. 진 교수의 게시 의도가 어떠하였든, 필자 또한 '주류가 바뀐 것'이 이러한 성범죄 발생의 핵심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학계에서는 성범죄가 성적 충동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닌, 권력 관계로 인해 발현되는 폭력이 다수라고 본다. 오 시장의 범죄라고 알려진 행위도 이러한 권력형 성폭력의 전형이었다. 오 시장은 부하직원인 피해자를 특정해 5분간 자신의 집무실로 불렀다고 한다. 시장이라는 고위관료가 말단의 직원을 콕 짚어 짧은 시간 전달할 일이 도대체 무엇이 있는가? 오 시장이 피해자를 부른 목적 자체가 업무가 아닌 성범죄 그 자체에 있었음을 의심해볼 수 있는 사항이며, 이는 결코 '충동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과거 보수의 도덕성을 질책하며 집권하기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했을 진보 인사들이, 이렇듯 쉬이 공개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범죄가 범죄임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 정도의 권력이 있으면 자신의 행위가 용인될 것으로 생각한 그 오만에 답이 있다. 결국 진 전 교수의 말처럼, 사회의 주류가 교체돼 집권세력에서 그 본성을 드러낸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거대한 권력만이 권력은 아니다. 이번 오거돈 시장 사태에서 볼 수 있는 흔한 '2차 가해'들에서, 개개인들도 자신 안의 권력을 성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성범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보수진영 때 성범죄보단 낫다", "여성채용이 문제다"라는 '아무 말'들이 그것이다. 자신이 시민으로서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평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보다 어린 사람 혹은 여성의 진로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시민들의 오만. 이러한 오만이 폭력성으로 발현돼 누군가를 상처입히지 않을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함께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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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24 [17:20]  최종편집: ⓒ 용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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