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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선거를 지배한 빅데이터, 민주주의의 진보인가 쇠퇴인가
민주연구원이 국민 정보인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
 

 

[경인신문 이설아 논설위원] 지난 4월 15일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범여권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을 맺었다. 전체 300개의 국회 의석 중 183석(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을 얻은 집권당의 승리원인으로는 다양한 이유가 꼽히고 있지만, 그중 화제가 되는 한 가지는 양정철 원장을 위시한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빅데이터 시스템’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선거 9개월 이전부터 이동통신사와 ‘독점 계약’을 맺고, 가입자들의 동선과 소비 패턴 등의 데이터를 넘겨받아 유동인구는 물론 세대별,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유세를 펼쳤다고 한다.


 가히 ‘4차 산업혁명’을 자처하는 시대의 선거 풍경이다. 이런 민주연구원의 혁신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미래통합당 당직자들이 “여의도연구원(미래통합당의 싱크탱크)의 명성은 이미 지난날에 불과하다”며 “저들(민주당)이 과학적으로 선거를 치르는 동안 우리 당 정치인들은 자기 지역사무소의 컴퓨터 전원하나 켜지 못한다”고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자조하고 있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런데 이런 빅데이터 시스템, 과연 괜찮기만 한 것일까. 민주연구원이 이통사로부터 합법적으로 데이터를 넘겨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올해 1월 ‘데이터 3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가명처리를 가한다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끔 한 이 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데이터 활용으로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명목 아래 도입됐으나, 정치권 일각과 시민사회로부터 개인정보 침해 여지가 있음에도 날치기 통과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데이터 3법이) 가명처리를 하는 순간 (국민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모든 권한을 포기하게 한다”며 “SNS에 있는 정보도 (기업이) 수집할 수 있게 해 매우 심각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데이터 3법은 선거 3개월 전 통과됐는데, 민주당은 9개월 전부터 이런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법 통과의 이면에 미심쩍은 의문이 들지 않는가.


 또 데이터를 독점 계약했다는 것도 심히 민주성을 훼손했을 여지가 크다. 과거 정치권에서 여의도연구원이 제일 정확한 선거 예측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여론조사 모집단을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어서였다. 이후 시간이 흘러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도입되며 해석에 차이가 있을 뿐 정보 접근성 방면에서 어떤 정치집단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는데, 이는 선거의 형평성과 국민의 정보인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러한 취지를 역행해 금권으로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물음은, 민주시민이라면 마땅히 제기해볼 만한 물음이다.


 아무튼 선거는 끝났고 앞으로의 4년간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반영한 법률들을 제정해나가길, 20대 국회 마냥 ‘빠루’를 든 정치인들은 볼 수 없길 희망한다. 또 정보인권뿐만 아니라 국민의 인권을 무엇보다 제일로 여겨, 이번 선거에서 악용된 연동형 비례제를 정상화하는 등 국민 민심을 그대로 법에 반영하는 21대 국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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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19 [17:38]  최종편집: ⓒ 용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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